Virtual Humanity


옛날에 롤을 너무 많이 해서 안 되겠다 싶어 아이디 삭제하고 접었다가 오랜만에 심심해서 새로 아이디 만들어서 롤 일반 게임 하는데 플레이어들이 너무 이상한 거임. 채팅 쳐도 대답도 없고 닉네임도 무슨 닉네임 생성기로 돌린 것 같고 못해도 너무 못하는 거임. 봇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또 그렇게 못하지는 않고. 그래서 인터넷에 쳐보니 저레벨 구간은 플레이어가 적어 매칭 시간이 오래 걸리니 매칭 상대로 AI가 잡힐 수 있다는 거임. 이거 보고 기분이 확 짜증 나는 거임. 옛날에 배그도 매칭 안 잡히니까 AI 플레이어 도입했는데 이거 플레이하는 도중에 알게 되어서 진짜 기분 더러웠는데. 혼자 게임할 거면 그냥 스팀 게임 하지 왜 온라인 게임을 해? 현실에서 만날 사람도 없고 심심하고 적적하니까 롤이나 배그 같은 온라인 게임을 켠 건데 여기서마저 실제 사람이랑 같이 게임하지 못하면 뭐 어떡하라는 거임?

인스타를 보다가 뭔 드림코어? 몽환적인 분위기의 학창 시절 학교생활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으로 만든 영상을 봤는데, 좀 놀라기도 했고 섬뜩하기도 했다. 이제 AI가 영상을 사실적으로 잘 만드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미묘한 인간적인 것들을 담아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 영상에서 그 묘한 학창 시절의 그리움과 인간적인 분위기를 조금 느꼈다. 막 엄청 느껴진 건 아니지만, 바나나킥에 들어 있는 바나나 인공향 정도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뭐 AI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어느 정도 표현이 가능하기는 하겠다만, 실존하지도 않는 AI가 만들어 낸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런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는 게 좀 무서웠다. 그럼 누군가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추억과 그리운 감정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가? 경험과 감정 자체를 AI를 이용해 실제 자신이 겪은 것처럼 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이미 우리는 영화나 만화 등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 가상의 캐릭터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지 않나 싶기도 하고. 결국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현실보다 가상에 더 의지하게 되고, 매트릭스 속에서처럼 진짜 같은 가짜 경험과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걸까?

인터넷과 스마트폰까지 기술이 발전하며 여러 문제들이 생겨났지만, 그래도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일어났다.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서 서로 채팅을 하며 친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구경하며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모르는 건 AI에게 물어보면 수많은 자료를 검색해서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해 준다. 그래서 사람에게 물어볼 이유가 없다. 근데 그래서 재미가 없다.

AI를 이용해서 복사 붙여넣기로 만든 쓰레기 같은 자료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검색을 하면 AI로 만든 게시물과 숏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안 그래도 AI로 만든 자료 보기 싫은데 알고리즘이 넘쳐나는 쓰레기 자료들 중 양질의 정보를 잘 구분하지 못해 제대로 된 검색 결과조차 찾아주지 못한다. 특히 네이버랑 유튜브 진짜 정신 좀 차리자. 자꾸 뭐 검색하면 왜 개같은 광고 글이랑 영양가 없는 AI숏츠만 나오는데 ㅡㅡ 제발 AI냄새나는 똥글이랑 영상들 좀 그만 만들어서 뿌려라. 진짜 개짜증남. 이런 걸 플랫폼에서 잘 관리해야 하는데 이게 너무 안됨.

결국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과 사람의 유대는 점점 얕아지고 결국 서로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여태 인류가 서로 공존해 온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힘을 합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이걸 기술이 해결해 준다면 굳이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 하겠지. 아무리 서로 잘 맞는다고 해도, 결국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큰 스트레스와 노력을 요구하니까. 내가 이런 것이 싫어 사람과 교류를 하고 싶다고 해도,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 시스템, 인프라 등은 변화하고 결국 누군가와 인간적인 교류를 맺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서서히 인간성은 사라져 가겠지.

쉽게 얻은 건 쉽게 싫증 나고 잃어버린다. 가상으로 얻은 경험과 감정은 쉽게 휘발되고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없다. 아무리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인터뷰를 본다고 한들, 그걸 보고 직접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고 성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만든 가상 경험들은 이제 재미가 없다. 좋은 게임, 영화, 만화 등 작품들을 감상해도 그 순간일 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전달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직접 하지 않으면 만족이 안 되는 지점이 오게 된다. 정체 모를 무언가에 대한 끝없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가리 부딪히며 고통과 분노, 그리고 고양감과 사랑을 느끼며 나아가야 한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의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매일 반복되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상, 너무 풍족해서 어떤 감정과 욕구를 느끼지도 못하는 상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안 그러면 평생 이 갈증 속에서 살다 죽을 것이다.

기술이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집어삼키기 전에, 인간적인 것들을 가능한 보존하고 내 주위에 두고 싶다. 정말 영화 '블레이드 러너'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사회가 현실이 되기 전에.

님들도 넷플에서 연프 그만 보고 진짜 사랑 찾으셈. 그리고 씹덕들도 너무 애니만 보지 말고 현실에서 스스로가 애니 주인공처럼 무언가에 몰두해 보셈. 현실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훨씬 예상 밖의 일들이 많이 일어나 스토리도 재밌고, 느껴지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더 넓고 풍부해서 재밌음. 현실에서 더 재밌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즐길 수 있는데 굳이 가상의 것들을 보며 대리만족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인생도 각자의 규칙에 의거한 한 종류의 게임인데.

2026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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